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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금가루, 효과 없고 오히려 독(毒)
★ 금가루를 먹어 온 역사는 짧지 않다. 식욕 만큼이나 권력욕도 강한 사람들이 그 역사를 이어왔다. 그중 괴팍하기로 유명한 로마의 엘라가발라스 황제(재위 218-222)는 식탁에 금 가루를 비롯한 은 가루, 진주 가루, 비취 가루 등 보석 가루 양념통을 갖추어 놓고, 후춧 가루나 고춧 가루처럼 요리에 넣어 먹었다고 한다. 또한, 스스로 여황제 자리에 오른 중국의 측천무후(測天武后)는 생불(生佛)을 자처했는데, 죽으면 금 부처로 환생할 것이란 아첨가들의 말을 믿고 아침 저녁으로 금가루를 먹었다.
★ 최근에는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한 산촌에서 오리에게 금가루를 먹여 낳은 알을 금란이라 부르고, 장수약으로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금란을 먹는 산촌 사람들의 수명은 오히려 다른 마을에 비해 10년 가까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약이 아니라 명을 재촉하는 금 가루였던 것이다.
★ 고급 일식집이나 횟집에 가면, 식용 금가루를 올린 회를 쉽게 볼 수 있다. 케이크, 초콜릿 위에 장식으로 쓰거나, 술 안에 넣기도 한다. 부귀(富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금이지만, 먹었을 때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오히려 콩팥이나 간에 독(毒)이 된다. 금 가루를 섭취했을 때, 혈액 순환이나 피부 미용, 숙취 해소 등의 효과가 있다는 소문 전혀 근거가 없다. 어떤 의학 교과서나 논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이다. 식품 의약품 안전처에서는 금가루는 외관이나 모양을 좋게 하기 위한 착색제이며, 섭취했을 때 건강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금 가루는 중금속의 일종이며, 지속적으로 금가루 음식을 즐기게 되면, 간이 손상되고 중금속이 몸에 쌓여 콩팥 기능이 망가진다. 우리 몸에서 중금속을 걸러내는 장기는 간장과 콩팥이다. 중금속을 섭취하면, 해독을 위한 대사 과정에서 간세포가 손상되고, 콩팥의 세포가 손상되어 콩팥병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금 가루를 섭취하면, 골수의 조혈 기능에 손상을 입혀서 재생 불량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글 작성: 진단검사의학과전문의 최병문]